고배

2020.01.31

  잔이 비어버리는 게 두려워 나는 계속 웃음을 채웠다. 그러자 나는 웃음이 두려워졌다. 우리가 들고 있는 이 축배가 우리에게는 독일까? 너의 진실된 울음을 보는 것이 두려워 공허한 웃음을 채워넣었으니. 울음이 익숙한 너에게 내 어색한 웃음을 삼키게 하고 있으니. 잔이 다시 바닥을 드러냈을 때 나는 너를 여전히 웃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심코 훔쳐버린 네 눈물의 무게를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너의 일기장에 내 이름이 남길 바랐다. 그래서 내 일기장에 너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 내가 너를 배우는 만큼, 나를 너에게 가르쳤다. 너의 사전에는 내 언어가 등록되었다. 그리고 네가 나를 닮은 문장으로 말하기 시작할 때쯤, 나는 다시 두려워질 것이다.

  바다가 되고 싶다는 너의 약속에 나는 땅이 되겠노라 했다. 땅이 되지 못한 채 모래처럼 흩어질까 두려웠다. 밀물 때면 너에게 잠겨 익사하고, 썰물 때면 너에게 깎여나가는. 나는 다시금 땅이 되겠다는 약속을 너에게 들려주어야겠다. 너의 파고를 너 자신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네 울음을 머금은 채로도 나는 온전한 내 세계를 걸머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