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감정

2019.8.14

영혼을 들여다보는 이 하나 없는 땅에서 영혼의 흔적들을 몸에 지니고 다닌들 무슨 소용일까? 나를 향하는 목소리들은 내 이름이나 내 몸 언저리를 맴돌다 흩어진다. 나는 누구든 좋으니 내 영혼을 불러주기를 바랐다. 방명록이 없는 영혼은 쉽게 증발하는 법이니까.

내 영혼에서는 알코올의 향이 나더랬다. 코를 찌르는 불쾌한 향은 때로는 사람을 취하게 하고 때로는 맹독이 되기도 하지만, 그 강렬한 존재감과는 달리 휘발성이 강하다. 분자들은 서로에게 애착이 없는지 쉽게 흩어지고 만다. 담배연기를 내뱉을 때면 흩어진 영혼의 분자들이 날숨에 섞여 새어나오는 듯한 환각을 본다. 연기에 실어보낸 외로움의 무게만큼 내 존재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해보곤 한다.

이름 없는 이 감정에 짓눌리던 수많은 밤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감정에 이름을 주지 않았다. 이름을 가지는 순간 그 밤들이 그저 단어 하나를 내뱉듯 손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릴까봐.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감정들 사이로 희석되어 그 밤들의 냄새가 옅어질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