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회색인] 단평

#최인훈 #회색인 #책 #비평 #지식인 #고뇌 #실존 #한국 #포스트식민주의 #민족

  <회색인>은 이 시대를 살아낸 한 지식인의 고뇌와 지적 여정을 담은 실존적 사유의 결정체다. 이 텍스트의 치명적인 매력은 사유를 전개하는 동시에 사유하는 인간을 전개했다는 점에 있다. 최인훈은 사유하고, 고뇌하고, 좌절하고, 방황하고, 사랑하는 한 인간의 실존 안에 민족과 역사, 사회와 정치, 철학과 종교를 담아냈다. 즉 그것은 구체화된 추상, 개별화된 보편인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지성, 소외된 정서, 체념에 뿌리를 둔 뒤틀린 위트는 이상을 닮았다. 그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인물 독고준은 시대에 의해 그리고 스스로의 지성에 의해 ‘박제된 천재’의 전형이다. 반면 입체적이고 강직한 에고를 지닌 인물들 간의 동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긴 호흡의 서사를 몰입감 있게 이끌어나가는 기교는 도스토예프스키에 닮아 있다. 그러니 그의 문장들은 진정 동양과 서양이 뒤섞인 경계에서 태어난 탕아가 아닐까. 최인훈의 <회색인>은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지고의 예술이자 인문학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