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시온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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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의 발단은 사회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재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는 사회 구조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기에, 자연재해가 순전히 ‘자연’적이지는 않다. 재해로 인해 사회 밖으로 내몰린 소외 계층에게 다시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만큼 이 사회는 유동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감독은 이처럼 소외 계층에게 주어진 잔혹한 생존 투쟁의 현장을 사회의 실패 지점이자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감독은 이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다음 세대에게 건네고 있다.

스미다와 차자와는 기성 세대가 겪은 사회의 실패를 한 몸에 짊어진 소년들이다. 그 몸에 축적된 폐단은 결국 스미다를 자기 부정과 육친 살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끌었다. 하지만 차자와의 도움으로 스미다는 자신의 죄를 외면하지 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만회하기 위한 결심을 다진다. 기성 세대의 실패를 짊어지고 올바른 삶을 위해 걸음을 내딛는 스미다의 모습은 사회가 다음 세대에 투영하는 희망을 상징한다.

소노 시온 감독 특유의 광기와 냉소적인 위트가 돋보이는 성장 드라마다. 스미다가 상징하는 계층은 비단 현재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뿐만이 아니다. 이 사회의 모든 상처입은 사람들의 회복과 성장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떠넘기는 이러한 태도는 무책임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한 때 같은 희망과 기대를 건네받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체념 어린 응원 정도로 해석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