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색, 계]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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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정동 앞에서 인간의 정신은 얼마나 무력한가? 강직한 표정 속에 연약하게 흔들리는 양조위의 눈빛, 방황하는 마음을 추스를려는 듯 떨리는 몸으로 연주하는 탕웨이의 노래, 거기서 우리는 불안하고 고요한 격정을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저항군 측은 정의라는 대의 아래 치아즈(탕웨이)의 인간성을 짓밟아버렸고, 치아즈는 오히려 암살 대상이었던 이(양조위)에게서 인간미의 흔적을 발견하고서 방황하게 된다. 인간성의 회복을 외치며 인간성을 버려야만 했던 레지스탕스들의 모순적인 결의. 감독은 이 모순이 개인 안에서 갈등으로 폭발하는 순간을 그 위태로운 감정의 줄다리기로 승화시켰다. 감정을 시각화하는 이안 감독의 능력은 영상 속에 아름다운 결정으로 응고되었고, 나는 이 뛰어난 감각의 결실을 “미쟝센”이라는 진부한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