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단평

#책 #비평 #평론 #밀란쿤데라 #쿤데라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육체 #영혼 #가벼움 #무거움 #필연 #우연

무거움과 가벼움, 영혼과 육체, 필연과 우연. 인간 실존을 둘러싸고 수다스러웠던 낡은 이분법의 문제들이다. 무거움을 가벼움 위에, 영혼을 육체 위에, 필연을 우연 위에 두고자 했던 숱한 엄숙주의자들의 기획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끝에서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촌극에 불과하다.

쿤데라의 문장들은 이 촌스러운 전통에 대한 도전이며, 실존에 관한 보다 세련된 해석이다. 쿤데라는 전복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위아래를 뒤집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기저기 흩뿌려진 가벼움들 속에 무게가 자리잡고, 철저하게 고깃덩이가 된 육체가 영혼을 전율시키고, 우연이 겹쌓이며 필연으로 응고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것들은 서로 구분되는 두 가지 실존의 양태가 아니라, 실존의 상호보완적인 두 부분인 것이다.

전체 글을 관통하는 대주제는 이 이분법에의 도전이겠지만, 그 외에도 삶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에 대한 유연하고 깊은 통찰들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쿤데라가 사비나와 함께 보여주는 키치에 대한 재해석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