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산 [Cu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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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6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에서

안지산 작가의 전시 [Cut Out]은 크게 두 갈래의 주제의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는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를 통각이나 색채 감각에 연결지어 시각화하는 것이다. 그는 통각을 표출하는 상황이나 제스처를 활용해 직설적으로 심리를 표현하기도 하고, 컬러 이미지와 흑백 이미지를 대비시키며 감정의 온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 하나의 갈래는 그의 일상을 구성하는 오브제들을 무질서하게 조합하고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상상을 자아내는 초현실주의적 접근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나는 전자에 초점을 두고 그의 작품 세계를 읽어내고자 한다.

Memory of cutouts

사과를 머리에 얹은 사람은 빌헬름 텔 이야기에 등장하는 화살의 표적을 연상케 한다. 흐릿하게 울상을 짓는 얼굴은 세상의 표적이 된 듯한 불안감에 내몰린 개인들의 초상이다. 두통약 광고에서 착안했다는 이 이미지는 개인의 실존적 통각을 병리학적 이상으로 간주하고 통제하려는 근대성을 상징한다. 삶 속에서 불현듯 우리를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는 기계부품의 고장cutout쯤으로 취급되고 만다. 발랄하게 펼쳐진 구름 나무 바다 등의 오브제는 채도 낮은 벽면과 대비되며 해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려진 생각

사회는 우리에게 연출된 삶을 요구한다. 자기 자신의 실존에 의무만 가득 짊어진 채 권리는 가지지 못한다. 그 연출된 삶에 대한 회의는 두통이나 현기증의 형태로 문득 찾아온다. 연출된 자아는 연출하는 자아의 상념들을 가리고 무대에 집중하라고 다그친다.

Broken sunset

모든 화소들이 색채를 띄어야만 하는 시끄러운 풍경의 이미지를 찢어버리고, 모든 것이 우연적이고 무의미한 세계 본연의 이미지로 회귀한다. 안지산은 무채색의 세계를 가리고 있던 고흐의 위선적인 색채들을 폭로한다.

Rainbow with a broken chair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색을 적나라하게 진열해놓은 무지개라는 오브제는 아마도 가장 위선적인 기호일 것이다.

Everyday

쏟아지는 사진들은 연출된 일상들의 흔적이다. SNS는 현대인의 삶에 획일화된 연출 기법을 도입한다. 범람하는 행복의 이미지들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형형색색으로 덮인 위선을 발견한다. 타인의 연출된 삶은 나에게는 그저 흘러 지나가는 무채색의 이미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