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병

2020.05.24-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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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평

  밤새 그리운 꿈을 보았다. 그립고도 두려운 풍경. 내 자아의 한계선을 그어놓은 것만 같았던 7평짜리 직육면체의 공간. 그래도 그 도시에서 7평이면 넓은 편이었다. 낯선 열대야에 눈이 감기지 않을 때면 옥상의 공기를 한 번 두 번 심호흡하곤 했다. … Continue reading

나는 노래했다

2020.04.16-2020.04.19

#에세이 #수필 #노래 #울음 #울음소리 #언어 #언어의 한계 #항변 #고통 #자해

노래는 인간의 울음소리였다.

  태초에 인간은 신의 언어를 흉내내고자 하였다. 진리를 재현하는 언어, 영혼의 생김새마저 묘사할 수 있는 언어였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은 신의 언어에 도달할 수 없었고, 조악한 모방에서 … Continue reading

권력과 말과 혀와 키스

2020.02.17-2020.02.23

#수필 #에세이 #비평 #삶 #권력 #말 #혀 #키스 #훈련소 #입대 #입소식 #법 #위력 #민머리 #언어 #사람 #고깃덩어리 #규율 #신체 #약속 #미래 #벤츠 #테슬라 #세속적 #어른 #현실 #혀 #에로스 #육체 #정신 #연애 #낭만 #로맨스 #몸 #비포선라이즈 #야망 #예견 #선언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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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

2020.01.31

  잔이 비어버리는 게 두려워 나는 계속 웃음을 채웠다. 그러자 나는 웃음이 두려워졌다. 우리가 들고 있는 이 축배가 우리에게는 독일까? 너의 진실된 울음을 보는 것이 두려워 공허한 웃음을 채워넣었으니. 울음이 익숙한 너에게 내 어색한 웃음을 삼키게 하고 있으니. 잔이 다시 … Continue reading

결말

19.11.23 – 19.11.24

너의 말은 그 격정적인 의미를 숨기려는 듯 건조하게 울려퍼졌다. 이미 예견된 결말이었지만, 그것이 소리로서 형체를 갖추는 그 순간만큼은 결말을 부정하려는 듯, 섬뜩하고, 무겁고, 슬픈 침묵들이 섞여 있었다. 이 덧없는 환상이 아쉬워 결말을 뒤로 미루어 버린다면, 우리에게 남을 … Continue reading

실어증

19.10.06-19.10.16

나는 고장난 레코드 기계처럼 부분부분 끊어진 구절들을 반복해서 뱉어냈다. 그러고는 힘겹게 더듬으며 내뱉은 말들을 이내 주워담곤 했다. 청자를 잃은 언어를 구사하는 일은 아무래도 백해무익했다. 아니 애초에 말을 건넬 상대도, 말로 건네고 싶은 삶의 내용도 내겐 허용된 적이 없었다. 결합이 … Continue reading

백지

2019.9.18

나는 언제나 까다로운 백지였다. 흑연으로 꾹꾹 눌러 새긴 문장들은 하룻밤을 견디지 못하고 휘발하곤 했다. 연필을 꺼내 든 사람들은 내 입 모양을 따라 몇 글자 끄적이더니 이내 흥미를 잃고 떠나갔더랬다. 나는 그들의 선곡표를, 그들의 일기를, 그들의 대사를 내 안에 받아 … Continue reading

내가 나를 빚지고 있는 ‘너’들에게

2019.9.10 <희랍어 시간>을 읽다가

새까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방 안에서 서로 그 동안 썼던 일기를 교환했던 밤. 우리는 서로의 죽음을 서로에게 고백하지 못한 긴 공백의 시간을 함께 더듬었지. 우리는 캄캄한 밤하늘의 색보다도 어두운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옮겼고, 서걱이는 모래 소리와 … Continue reading

트랙

2019.7.4

‘발 붙일 땅이 없다’는 메타포적 감정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트랙 위에 있었다. 어느 곳을 밟아도 서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계속 다음 발자국을 내딛으려 했다. 이 감정을 몸의 열기에 태워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 Continue reading

낭만

A
“난 미지근한 게 싫어. 다들 너무 미지근하다고.
차가운 것도 싫어. 우리 몸은 결국 고기야. 고기는 차가우면 맛 없다고.
뜨거운 것도 싫어. 몸이 너무 뜨거우면 혼이 증발해버린단 말야.”

B
“차가운 고기 시체도, 뜨겁게 타서 향이 다 날아간 자동인형들도 길거리에 널려 … Continue reading